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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foxwood

가을 추석입니다.


차창을 열고 운전을 하다, 시민농장 옆으로 펼쳐진 들녘으로부터,

낙엽태우는 냄새가 났습니다. 어린 시절의 가을, 추석이 지나고 있습니다.

마당 이곳 저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화덕위에 검은색 가마솥이 걸려있고,

가마솥 뚜껑은 거꾸로 걸쳐 있습니다.

그 아래 화덕 속에선 솥과 뚜껑을 데우는 장작불이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연기를 만들어 냅니다.

가마솥에선 하얀 김이 무럭무럭 올라옵니다.

뽀얀 국물속으로 소고기가 맛있게 삶아지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뚜껑을 거꾸로 엎어놓고 부침개를 하는 엄마의 모습.


마당 여기 저기를 가득 매우는 맛있는 향긋하고 뭐랄까,

도심의 튀김집에서 나는 냄새와는 다른 신선하고,

시골의 마당 공기와 섞여야만 품어낼 수 있는 고향의 지짐냄새가 납니다.


어머니는 지난 설날 씻어내어 보관해 두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이런 저런 제기들을 꺼내어,

새벽부터 강으로 나가 모래와 지푸라기로 박박 문질러 비벼내어

정성스럽게 닦아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침 잠에서 금방 깨어 서늘한 가을의 아침마당으로 내려서는 아이에게

그런 아침 풍경들은 일 년에 한번 있는 그 날인 것 같아 마음이 설렙니다.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 새로 받아온 콩기름으로 지져내시던 두부전, 호박전

그리고 하얀 배추를 소금으로 절여 놓은것과,

금방 밭에서 솎아 껍질을 벗기고 크기에 맞게 나란히 잘라내 온 쪽파를 짚으로 엮은 광주리에 담아두고 굽고 계신 메밀부침개 입니다.


아침부터 구멍난 누나옷을 입고

연실 이것 저것을 물어보며 이곳 저곳을 다니던 아이는

마당입구에 있는 커다란 벚꽃나무에 매달린 그네에 앉아

연기와 김이 어우러진 마당을 바라 봅니다.

시끄럽게 떠들며 음식을 만드는 누나들과 엄마가 거기에 있습니다.


가을 한가위 이브(Eve)의 아침은 지금껏 기억중에 단연 으뜸입니다.

"teacher, 낙엽타는 냄새 나요!" " 응.. 그러네, 선생님도 이 냄새 정말 좋아 하는데" 금방 신호대기를 하는 곳에 도착한 저는, 다 자란 지금, 아이들과 함께 차안으로 돌아옵니다.

1년중 가장 행복하고, 기분좋고, 뭔가 아쉽고, 자신감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잘 해 주고 싶은 그런 한가위입니다.

지난 일 년간 주신 마음과 쏟아주신 정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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